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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초읽기…회계개혁 한 획 그을까 세원세무법인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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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과 감사인(회계법인)들의 관심이 오는 11월 본격 시행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모아지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말 그대로 기업의 회계 감사인을 정부가 지정해 준다는 것이다. 한 회사가 6년 이상 동일 감사인을 선임했다면 이후 3년 동안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해 준다.

문제가 있는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회사가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해 회계감사를 진행하도록 했는데, 그러다보니 기업과 감사인 사이에 유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대형 분식회계 사건 등 회계투명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일들이 벌어져 왔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신(新)외감법'에 주기적 지정제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고, 금융당국은 시간을 두고 제도 시행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취지는 좋지만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감사인이 바뀐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감사인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기업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수 있어 난점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중소중견회계법인들은 자신들에게 지정되는 기업이 있을 지,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감사인 지정되는 달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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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자율로 외부감사인을 6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주권상장법인(코넥스 제외)과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회사(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 1000억원 이상)가 대상이다.

다만 최근 6년 이내 실시한 감리 결과가 무혐의인 경우 지정이 면제되며 감리를 받고 있는 기업, 혹은 기존 감사계약(올해 11월 이전 체결)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 지정이 연기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2020년 지정 감사인을 통지할 계획이다. 주기적 지정제 대상 회사는 매 사업연도 개시 후 9월 둘째 주까지 지정 기초 자료 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시행 첫해 주기적 지정 회사가 몰릴 부작용을 감안해 연간 약 220개사 정도를 분산지정할 계획이다. 분산지정이 없으면 주권상장법인 1980개 중 1320개 회사가 2020년 지정대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12월말 결산법인의 지정 일정은 '지정대상 선정(9월1일)→지정기초 자료 금감원에 제출(9월14일)→지정감사인 사전통지(10월14일)→사전통지 의견을 금감원에 제출(10월29일)→내년 지정감사인 통지(11월 12일)→금감원에 재지정 요청(11월19일)' 순으로 진행된다.

지난 2일 주기적 지정제와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 금감원은 오는 16일 2차 설명회를 연다.  

내년 삼성전자 포함 '220개사' 감사인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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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감사인 지정 대상 기업 중 자산규모(개별) 1900억원 이상인 상장사 220개사가 감사인 지정제 도입 첫해 지정 대상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중에서는 삼성전자 등 23개사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지정 대상인 220개사 중 코스피 기업은 134개사이고 코스닥 기업은 86개사다.

220개사의 평균 자산규모는 4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137개사(62%)는 '빅4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

한영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맺은 회사가 52개사로 가장 많고 삼일회계법인(47개사), 삼정회계법인(38개사) 순이다. 안진회계법인은 2017년 업무정지로 인해 신규 수임을 하지 못해 지정 대상이 되는 기업이 없다.

2021년에는 전년 지정 대상이었으나 분산 정책에 따라 차기로 지정이 연기된 회사 중 220개사가 지정된다. 2022년에는 2020년 지정 대상 중 잔여 회사를 우선 지정하고 나머지는 2021년 지정 대상 중 자산이 큰 회사부터 지정된다.

지정을 제때 받지 못하고 그 다음해로 연기되는 회사들부터 우선 지정 대상에 올리고, 나머지는 해당연도 지정사 중 자산규모가 큰 순서대로 지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인 셈이다. 

'급'이 맞아야 감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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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을 지정받는 기업은 가~마 5개 군으로 나뉜다. 가군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 나군은 자산총액 1조원 이상 5조원 미만인 기업이다.

다군은 4000억원~1조원, 라군은 1000억~4000억원 규모의 기업이다. 마군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이다.

기업 규모에 맞춰 회계법인도 가~마 5개 군으로 분류된다.

가군은 ▲공인회계사 600인 이상 ▲직전 사업연도 감사업무 매출액 500억원 이상 ▲손해배상 능력 20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감사대상 상장사 수 100사 이상 등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같은 순서대로 나군은 ▲120인, 120억원, 60억원, 30사, 다군은 ▲60인, 40억원, 20억원, 10사, 라군은 ▲30인, 15억원, 10억원, 5사 이상의 조건을 총족해야 된다. 마군은 감사인 지정이 가능한 그 밖의 회계법인이다.

가군 요건을 충족하는 회계법인은 현재 빅4 회계법인 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가군에 속한 기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빅4로부터 감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기업이 원하는 경우 규정보다 높은 군의 회계법인을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낮은 단계의 회계법인이 상위 단계 기업을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군 요건을 충족하는 회계법인도 10여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합병을 통해 좀 더 높은 단계의 군에 속하려는 회계법인들이 늘고 있으나, 여러 회계법인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생각보다 합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급' 높이기 위한 회계법인들의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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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들의 분할합병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미 합병등기를 마치고 코  앞에 다가온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비하고 있는 회계법인도 있지만, 마음을 모으지 못해 합병을 망설이는 회계법인도 상당수다.

회계사수 40인 이상(지방 20인 이상) 회계법인만 상장사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감사인 등록제도 오는 11월부터 시행되지만 상장사 감사를 아예 포기하고 세무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회계법인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9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합병등기를 완료한 회계법인은 12곳이다.

지난해 11월1일 한길회계법인은 회계법인 두레와 합병해 기존 명칭인 한길회계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어 12월31일에는 다시 성신회계법인을 흡수 합병, 회계사수 59명 수준의 회계법인으로 거듭났다.

올해 1월에는 상지원회계법인과 대안회계법인이 합병등기를 완료, 상지원대안회계법인으로 출범 소식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합병이 시작된 것은 3월말경 부터다. 우리나가 기업 결산월이 12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3월까지는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회계법인들이 바쁜 일정을 마친 후 줄줄이 합병 소식을 전해온 것.

3월29일에는 이전부터 합병을 공공연하게 알려왔던  BOD성도이현회계법인(성도+이현)이 등기를 완료하고 130명 규모의 회계법인으로 재탄생했다. 성도이현은 주기적 지정제 나군에 속해 지정제 시행 첫해부터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날 광교회계법인은 천지회계법인과 합병해 광교회계법인으로, 세일회계법인은 원회계법인과 합병해 세일원회계법인으로 각각 등기를 완료했다. 두곳 모두 회계사수 40명을 넘기며 감사인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4월1일에는 신승회계법인과 유진회계법인과 합병해 신승회계법인으로 등기를 완료했다. 같은달 15일에는 선일회계법인과 승일회계법인이 합병, 선일회계법인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으며 16일에는 예교회계법인과 지성회계법인이 예교지성회계법인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18일에는 이정회계법인와 지율회계법인이 지정지율회계법인으로 등기를 마쳤으며, 30일에는 송강회계법인과 동아회계법인이 동아송강회계법인으로 합병했다.

5월27일에는 인덕회계법인과 바른회계법인이 합병, 새로운 인덕회계법인으로 출범 소식을 전했으며, 가장 최근인 7월9일 참회계법인과 명일회계법인이 참회계법인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이 밖에 회계법인 간의 완전한 합병이 아닌 소속 회계사 일부가 떨어져 나와 다른 회계법인과 합병하는 형태도 있으며, 수십여 개 회계법인이 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 저기 우려 목소리…'동상이몽' 주기적 지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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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특히 제도를 통해 얻는 실익이 적은 중소회계법인 사이에선 주기적 지정제가 대형회계법인만을 위해 설계됐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실제 첫해에는 빅4 회계법인(가군)과 최소 나군에 속해 있는 상위권 중견회계법인들에게 대부분의 기업이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회계법인은 가~나군에 속하지 않다보니 최소 2021년 이후가 돼야 감사를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감사인 등록을 하는데 실제 혜택은 2~3년 뒤나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어차피 시행 후 몇 년간은 대형회계법인 위주로 지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주기적 지정제를 특별히 준비하는 중소회계법인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직권지정 정도는 중소회계법인도 조금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정하게 지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대형회계법인들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외부감사 시간은 5만시간이 넘는다. 감사는 40여년간 삼일회계법인이 맡아왔는데, 주기적 지정제에 따라 내년부터 감사인이 바뀐다.

삼성전자 외에 감사인이 바뀌는 시총 상위 100대 기업은 SK하이닉스·현대중공업·에쓰오일·롯데케미칼·CJ제일제당·카카오·NC소프트 등 23개사. 여기엔 감사가 까다로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사와 삼성생명·현대해상 등 보험사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형회계법인들은 새롭게 감사를 맡게 되는 대기업들에 대한 부담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지정 계약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다. 제대로 파악할 만할 때쯤엔 다시 자유선임으로 변경된다.

삼성전자를 감사하게 될 회계법인은 삼일회계법인의 삼성전자 감사팀을 영입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회계법인 간 서로 이해관계만 맞으면 팀을 통째로 트레이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현실이 된다면 감사인 지정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감사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정해주면 회계법인 간 수임 경쟁이 사라지며 감사보수가 크게 오른다는 것.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가 도입돼 감사인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진데다, 기업 규모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 감사하도록 정한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적용되면서 감사 보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주기적 지정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4월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감사인이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부당한 자료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며 "과도한 감사 보수에 대한 결정 기준과 각 자료가 감사 증거로서 충분한지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별도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가군에 속한 기업은 지금도 대부분 빅4를 감사인으로 두고 있어 나머지 세곳 중 한곳을 감사인으로 지정받을 예정인데, 세곳과 이해상충 소지가 있으면 나군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기적 지정제, '공익·공공'까지 확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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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지난 5월 열린 기자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최 회장은 "공공, 비영리 부문의 법과 제도의 정비는 대한민국 회계 개혁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공공부문과 비영리 부문에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법인 뿐 아니라 앞으로 공익법인과 공공기관에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공익법인 주기적 지정제의 경우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내용이 담겨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공익법인 역시 6년 자유선임 이후 3년은 감사인이 지정되는데, 특이한 것은 국세청장이 감사인을 지정한다는 점이다.

다만 기재부는 공익법인의 부담과 감사기준 및 감리제도의 구체적 방안 마련 등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적용시기를 2년간 유예해 2022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추진되고 있지만 공익법인보다는 잡음이 많은 상황이다. 공공기관은 분식회계 가능성이 낮은데, 굳이 감사비용을 높이는 지정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공기관에 대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키로 하고 한 회계 전문학회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공기관은 총 329개. 한국전력공사 등 7개 상장공기업을 제외하면 322개 공공기관에 대해 감사인지 지정될 수 있다.

회계업계는 공익법인과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인 지정제를 '회계개혁의 완성'이라고 이야기 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기자 세미나에서 "민간 부문은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돼 회계 개혁의 완성 단계에 도달했으나 공공, 비영리 부문은 미흡하다"며 "공공, 비영리 부문의 법과 제도의 정비는 대한민국 회계 개혁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계 투명성 확보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공공부문과 비영리 부문에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공익법인과 공공기관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면 회계업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논의가 이루어져 법이 시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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