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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自耕)' 문턱 낮추면 농지 투기판 변질 될 수 있다" 세원세무법인 2020-02-06

지난해 11월 국회 세법개정 논의 당시,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대상이 되는 자경(自耕) 기간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현재 8년 이상 직접 경작하고 실거주지와 직선거리 30km 이내에 있는 농지를 팔면 양도소득세가 전액 감면되는데, '농촌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자경기간을 5~6년으로 줄이는 개정안(의원입법)이 제출됐었다. 

논의 끝에 국회는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면서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운영 실태를 파악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그 결과, 자경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농지에 대한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등 때문이다. 

稅감면 받으려 편법 쓰는 '무늬만 농사꾼들'
자경

#. A씨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약 1만7000평)를 양도하고서 '8년 이상의 자경농지'에 해당한다며 양도소득세 감면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해당 농지로부터 약 41km 이상 떨어져 있다며 감면신청을 거부했다. A씨는 농지와 연접한 지역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그 곳에서 거주하며 농지를 경작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직접 현장을 점검했더니, '가짜 생활'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컨테이너엔 실거주에 필수적인 주방 용기라든지 화장실도 없었을 뿐 아니라, 수도료·전기료 납부내역 등도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지만, 심판원도 "해당 컨테이너에서 8년 이상 거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조심2016전3610)

#. B씨도 자신을 농사꾼으로 보지 않는 국세청의 판단에 불복(심판청구 제기)했다. 영농경작 확인서·경작물 판매 확인서 등 자신이 자경했다는 증빙서류를 내밀었지만, 국세청은 B씨가 아닌 타인이 농사를 지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자경을 했다는 기간엔 택시회사에 취업하며 다른 근로소득도 있었다. B씨는 자경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서, 결국 해당 사건은 기각 결정(납세자 패소)이 내려졌다. (조심2014부0254)

자경 여부를 두고 조세쟁송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있다. 2017년 현재, 이 특례제도는 국세 비과세 항목 20개 중 상위 10번째(조세지출액 1조2401억원)에 해당할 정도로 감면규모가 크다.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에 대해 사실상 농민보다는 비(非)농민에 대한 조세혜택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임차농지·임차농가의 비율은 각각 51.4%, 56.4%다.

보고서는 "농업에서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늘어나고 있는바, 이것은 농지에 대한 투기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가(땅값) 상승이 큰 지역의 농지 소유자가 세혜택을 더 받았다.

자경농지면적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기 위한 특례제도의 목적과는 거리감이 있는 부분이다. 2015년 국가통계포털 농업면적조사를 보면, 전남지역의 경우 30만800ha로, 서울지역(100ha)보다 약 308배 많은 농경지를 소유했다.

그러나 평균 감면세액은 서울지역(4720만원)이 전남(300만원)보다 15.7배나 컸다. 

자경 조건을 유연하게 풀어준다면…

지원이 필요한 농민들에게 갖가지 요건을 부과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변화하는 영농의 형태(임대차, 위탁경영)를 감안해 자격 검증을 다소 유연하게 가져가야하는 것 아니냐 문제로 연결된다. 농업인 본인이 참여하는 공동 경작을 자경의 형태로 인정하는 등의 식이다.

그러나 경자유전의 원칙이 깨어졌을 땐 농지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비자경 농지소유를 인정하게 되면 그 소유로 인한 비용부담에 비해 지가 상승의 기대 이익이 높아서다. 이 원칙을 폐기한 대만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대만의 농지가격은 2014년 기준 미국의 167배, 프랑스의 145배, 한국의 10배에 이른다.

세법에서 8년 보유기간을 단축하는 부분도 법체계의 일관성을 훼손시킨다.

현행 농지법에선 최소 8년간 농지를 소유하고 농업에 종사해야 '진정한' 농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축산, 어업, 산지 경영에 있어 8년의 관련 토지 소유가 요구(조세특례제한법)되기에 농업만 콕 짚어 바꾸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보고서는 "경자유전 원칙과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농지 이용의 효율적 이용 간에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차라리 자경농지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세 감면을 폐지하고, 새로운 농정의 프레임에 맞는 다른 세제혜택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제도만을 따로 떼어서 검토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농업구조 변화 방향에 대한 큰 정책방향을 정립한 후에 종합적 고려 속에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자경 조건을 완화해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내부검토나, 최근 용역결과를 보더라도 양도세 감면 요건을 낮추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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