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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무늬만 세금특례…기업승계 족쇄가 된 '가업상속공제' 세원세무법인 2019-03-27

부모가 평생을 바쳐 키워 온 기업을 물려받았지만 오너 2세(또는 3세)들은 막대한 액수의 상속세로 인해 온전한 승계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율의 세율과 할증과세 등이 덕지덕지 붙어 사실상 국가에 기업을 헌납하라는 소리와 다름이 없는 상속세제로 인해 창업주들도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힘들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이 대물림되는 '장수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경영승계를 지원하는 '가업상속공제'라는 특혜성 제도가 존재하기는 한다.

가업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가액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겉으로만 보자면 가업상속자에 대한 부(富)의 집중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원활한 기업 승계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기반으로 부각, 특혜의 관점에서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러한 과세특례에도 불구,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기업인들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가업승계 의지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제도를 만들고 또 손질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제한을 적용, 제도 활용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이를 모두 무시한 채 일률적인 잣대만 들이대다 보니 가업상속공제는 효험은 커녕, '껍데기만 남은 제도'로 전락해 있는 상태다.

가업

가업상속공제,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해왔나

산업고도화 시대(1960~70년대)를 거쳐 1980년대부터 나이가 든 창업 1세대들에겐 가업승계는 늘 고민거리였다.

중소기업 창업주(또는 관련 단체)들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상속이 어렵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으며, 1987년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가업승계세제가 도입되면서 과세혜택이 이루어졌다.

1996년 말 상속세·증여세법이 개정된 이후 가업상속공제를 신설했다. 이름만 바꿨을 뿐 제도의 연속성을 보장했다.

2007년까진 5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억원(공제한도액)만 상속가액에서 공제했다.

세법개정이 이루어지면서 공제 폭이 크게 늘었다. 2008년 공제한도액은 30억원, 이듬해 가업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100억원(20년 이상)으로 공제액이 뛰어 올랐다.

2011년 세법개정을 통해 공제대상에 중견기업(매출액 1500억원 이하)도 포함시켰다. 현금 유
동성이 낮은 중소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폐업하는 부분을 막기 위한 제도로만 여겨졌지만, 당시 경제 환경에서 중견기업이 고용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공제대상은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확대됐고, 공제금액도 최초 1억원에서 가업상속재산 100%(공제한도 200억~500억)로 확대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추징

가업상속공제는 왜 빈껍데기 제도로 전락했나

특혜에 가까운 공제라고는 하나 실제 혜택을 받은 기업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5년) 간 가업상속공제건수는 299건(연평균 60건)이며, 공제금액은 약 4064억원(연평균 813억원)이었다. 이 공제금액을 제외하곤 나머지 상속재산에 대해선 과세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2017년 한 해만 놓고 봐도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한 기업인은 75명(건)에 불과했다. 명문 장수기업이 많은 독일은 2014년 이미 2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제도 활용도가 낮은 데는 너무도 까다로운 요건 탓이다. 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하며 기업용 자산을 80% 이상 유지해야 하고, 매년 평균 정규직 노동자 수를 기준고용인원의 80%를 유지하는 등 사후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10년이 지나기 전 지금 하는 업종이 사양(斜陽)산업이 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감안해 업종 전환을 꾀했다면 가업상속공제를 받더라도 가산세까지 다 토해내야 한다. 혜택을 받는 것이 오히려 경영의 '족쇄'가 되어버리는 꼴이다.

재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요건이 너무 엄격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기획재정부에 '중소기업 가업상속공제 사전·사후요건 완화' 등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조)교수는 "만약 공제혜택을 크게 받은 기업이라면 우리나라 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공제혜택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사후관리가 까다롭고 엄격하다면 이는 논의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가업

들끓는 가업상속공제 개편 움직임

그간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부의 대물림'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법 개정 시도는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으로 원활한 가업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폐업·기업매각이 속출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커지면서 현재는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저자세'를 보였던 정부가 먼저 나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고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상태다.

법 개정안 내용에선 다소 시각 차이는 존재하나, 경영 노하우를 안정적으로 승계해야 한다는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안은 가업상속 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현 3000억원)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공제적용 기준도 세분화시켜 맞춤형 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안은 매출액 기준을 1조5000억원까지 올렸다.

반면 더민주 유승희 의원안은 공제를 적용받는 기업의 범위(3000→2000억원 미만), 공제액 한도(500→100억원)를 되려 줄였다. 가업을 물려받는 기업인에게 과도한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대신 피상속인 경영기간을 5년 이상,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줄였다.

정부는 사후요건 완화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도 공제 적용대상 기업이나 공제액 규모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년 간 업종 유지 등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일부 요건을 완화하되, 그 취지대로 잘 운영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가업상속이 아닌 기업상속"이라면서 "기업상속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사후관리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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